듀크한 칼럼

백야의 골프

by 관리자 posted Nov 2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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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골프

알라스카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눈과 추위, 그리고 송유관(Pipe Line)과 에스키모다. 그리고 미국의 50개주 중에서 땅은 제일 넓으나 인구가 가장 적은 곳도 바로 이 곳이다.
얼마 전 17일간 알라스카를 여행하면서 북극권(Arctic Circle)에서 멀지 않은 훼어뱅크를 찾은 적이 있다. 이 곳은 앵커레지에서 북쪽으로 357마일이나 떨어져있는 도시로 여름에는 낮 시간이 무려 22시간이나 되는 백야의 도시다.
훼어뱅크에서는 ‘아우로라(Aurora)’로 불리는 ‘북극광(Northern Light)’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북극광이란 북극권에서 일어나는 특수한 빛인데 태양이 기울었을 때 바다에 비춰지는 태양 빛의 그림자가 하늘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필자는 새벽 3시경 알래스카대학의 캠퍼스 언덕에서 기다리다가 마침내 보았는데, 어느 순간 해가 지더니 갑자기 하늘이 붉은 광채를 띄고 오색 빛을 발하며 하늘 전체가 마치 용이 꿈틀거리듯 움직이는 광경이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신비감과 경이로움 , 그리고 황홀감에 빠져들던 기억이 뚜렷하다.
또 한 가지 이 곳의 특이한 점은 험준한 지형으로 인해 도로를 낼 수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소형 비행기를 많이 이용하는데 집 앞 잔디밭이나 물 위에 마음대로 뜨고 내리는 광경은 흥미로웠다. 차가 갈 수 없는 곳은 “에어택시”라고 불리는 이 소형 비행기로 다니며 관광할 수 있었다.
이 곳의 특산물은 단연 연어(Salmon)다. 어디를 가나 연어잡이가 성한데, 특히 이 곳의 핑크빚 연어(Pink Salmon)는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필자가 그 곳에서 맛 본 연어저키 또한 그 맛이 일품이었다.

알라스카 여행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디넬리 공원(Denali  State Park)과 빙하를 보는 것이다.
필자가 찾아간 곳은 콜럼비아 그레시아라는 거대한 빙하다. 이 곳을 가기 위해서 우리 가족은 앵커레지에서 비행기로 약 한 시간을 날아간 후 기다리던 버스로 갈아타고 몇 시간을 갔다. 이동 중간에 버스에 앉은 채로 버스가 기차를 타는데, 그 이후 다시 빙하 쿠르즈배(빙하 사이를 다닐 수 있게 철로 만든 특수한 배)를 갈아타게 된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에 흩어져 떠다니는 거대한 빙하 덩어리는 푸른색의 빛나 눈이 부시다. 작은 섬처럼 떠서 햇빛에 반짝이는 광경은 마치 거대한 다이아몬드 덩어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또 한 가지 절경은 빙하 위에서 수 천, 아니 수 만 마리의 물개(Sea Otter)들이 노는 모습이다. 참으로 창조주의 권능에 찬미와 감사가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터져 오름을 느끼게 한다. 콜롬비아 빙하를 정면으로 보고 있을 때, 빙하가 갈라져 내리는 굉음소리는 마치 큰 폭탄이 터지는 듯 어마어마했다.

골퍼가 가는 곳이면 지형이나 기후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골프스윙을 시도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처음 달에 오르던 때에 그 곳 달에서 우주인이 5번 아이언으로 스윙을 시도했고(그때 우주인이 썼던 5번 아이언은 현재 뉴져지에 있는 골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눈 덮인 히말라야에서도 알피니스트들은 눈 위에서 잘 보이는 빨간색 공으로 스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사막의 전쟁터에서도 군인들이 스윙하는 모습을 우리는 TV 뉴스로 볼 수 있었다.
백야의 도시 훼어뱅크에는 ‘North Star Golf Course’와  ‘Chena Bend Golf Course’ 두 개의 골프코스가 있다. 필자가 찾은 곳은 ‘North Star Golf  Course’로 입구에 “지구상에서 제일 북쪽에 위치한 골프장”이라는 간판이 마음에 끌리고 흥미로워서 이 곳에 라운딩을 시작했는데 그때가 이미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골프장의 훼어웨이는 거친 잔디밭을 넓게 깔아 놓은 듯 여기저기에 잡초들이 어우러져있고, 러프에는 길게 자란 잡초와 이름모를 풀들로 코스 전체가 들판을 연상케 했다. 그래도 골프장을 상징하는 티박스와 훼어웨이 그리고 그린깃발이 나부끼고 있어서 라운딩을 즐기기엔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겨울이 길고 거기다가 혹독한 추위와 많은 양의 눈으로 인해 골프장 관리가 힘들고, 골프시즌도 일년에 몇 달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이해가 간다. 푸른 잔디나 나무들은 볼 수 없었고 대부분 갈색빛이었다. 그러나 북극선 가까이에서도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그자체가 골퍼로서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린은 시멘트로 그린 모양을 만들어 놓고 초록색 페인트를 칠했으며, 그린 한 가운데에 홀을 만들어 놓았다. 멀리서 그린에 공을 올리면 볼이 시멘트 바닥에 맞고 튀어서 그린 밖으로 나가게 되므로 그린 근처에서 살며시 피칭으로 그린에 올리는 방법을 통해 홀을 공략해야 한다.
18홀 라운딩을 끝내고나니 밤 12시. 말로만 듣던 "Midnight Golf"의 재미를 다시금 느낀 시간이었다.


미국 뉴저지 지부장 듀크한
WPGA Master PRO
dukehahn@hotmail.com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1-19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