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기적

by 정병수 posted May 1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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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병수


        빠개지는 소리도 없이
        새빨간 심장 알알이 드러나 슬펐어요
        원래 제 심장은 투명한데
        어제는 쌩하니 바람 불어 노란 장막을 쳤지요
        그러니 보이는 대로 믿지 마세요
        짓물러 으깨진 몇 개의 드러난 알은 제 진심이 아니에요
        언뜻 분 바람에도 윤이 가셔 그대 볼 면목 없지만
        한 움큼 진실은 장막 속 깊이 감추고
        투명한 빛 드러내지 안했어요
        그대 부르는 소리에
        바로 벙글어져 입 안에 신침을 적시고 싶지만
        아직은 보름달이 뜨지 않았어요

        푸르게 멍든 상처 그대 알까
        한 여름은 숨어 있었어요
        그래도 주황색 떨기꽃 찾아 다가오던
        그대 발걸음
        귓속 솜털까지 일어나 반겼었지요
        
        북서풍이 몰아치는 겨울
        보지 않아도 다 안다는 듯
        제 심장을 열지 않고 오히려 덮는 그대
        짓무른 알들 떨어져나가고  이제 루비가 되었어요
        그대가 만든 투명한 기적
        노란 장막 속에서 탱글탱글 영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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