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위 엄마 아빠들, 민망한 지극정성

by 김민형 posted Oct 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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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엘피지에이(LPGA) 투어는 돈버는 직장이야. 너 학교 다닐 때 부모님이 따라다녔어? 너네 엄마 너무하지 않니?” 베테랑 ㄱ 선수는, 같이 미국 무대에서 뛰는 한참 후배 뻘인 ㅂ 선수에게 이렇게 따끔한 충고를 던졌다. 어머니가 너무 극성스럽게 골프대회에 따라다니는 것이 못 마땅한 때문이었다.
ㅂ 선수는 곧바로 어머니한테 이를 알렸고, 그 어머니는 출전을 앞둔 ㄱ 선수에게 “네가 뭔데 우리 딸한테 그러냐?”고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출전을 앞두고 몹시 감정이 상한 ㄱ 선수는 이를 엘피지에이 사무국에 알렸고, 결국 그 어머니는 대회장 출입정지 처분을 받았다.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다.

요즘 골프 대회장은 미국과 국내를 막론하고 일부 극성 엄마와 아빠들 때문에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한다. 갤러리 속에서 아들 플레이를 지켜보다 불만을 품고 다른 선수에게 욕설을 퍼붓는 어머니가 있는가 하면, 딸이 실수를 해 동반 플레이어의 신고로 벌타를 먹자 선수들에게 심한 언행을 했다가 5년 동안 대회장 출입정지 처분을 받은 아버지까지 생겼다. 이른바 골프장의 불청객들이다.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5회 신한동해오픈 2라운드 파5 6번 홀. ㅂ 선수의 티샷이 전날에 이어 다시 오른쪽 해저드로 날아가버렸다. 그러자 그의 동반 플레이어이자 ‘마커’(동반 플레이어 가운데 한 명의 스코어 등을 체크하는 플레이어)인 양용은이 걸어가면서 공이 들어간 지점을 지적해줬다. 페어웨이 쪽을 거치지 않고 공이 해저드로 들어갔기 때문에 공이 들어간 지점 부근에서 드롭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갤러리 속에서 이를 지켜보던 ㅂ 선수 어머니가 목소리를 높였다. “공이 들어간 지점이 어제와 비슷한데, 왜 오늘은 뒤에다 드롭을 하게 하느냐. 그렇게 안봤는데, 선배가 후배는 키워주지 못할 망정 그렇게 할 수 있느냐 ….”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이어 ㅂ 선수의 세 번째 샷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아웃 오브 바운즈(OB) 구역으로 날아가자 어머니는 더욱 흥분했다. 양용은에게 심한 욕설을 해댔고, 이에 그치지 않고 경기 뒤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 있는 그에게 다시 가서 욕을 해대며 분풀이를 했다.

이 어머니는 지난 8일 제주 라온골프클럽에서 열린 조니워커 블루라벨오픈 때도 클럽하우스에서 다른 선수 큰어머니와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등 볼썽 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다. 전날 아들이 짧은 퍼팅이 안 들어가자 퍼터를 발로 차 그린을 심하게 손상시켰는데, 다른 ㄱ 선수가 이를 지적해 큰어머니가 “대선수가 그럴 수 있느냐”며 떠벌리고 다니자 설전을 벌인 것이다.

앞서 지난 8월21일 제주도 더 클래식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넵스 마스터피스 1라운드 15번 홀에서도 보기 민망한 장면이 나왔다. ㅊ 선수가 그린 위에서 볼마크를 잘못하자, 그의 마커인 ㅇ 선수와 ㄱ 선수가 이를 경기위원에게 알렸고 ㅊ 선수는 2벌타를 받았다. 그러자 ㅊ 선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둘에게 심한 욕설을 해 결국 협회 주관 대회장 60개월 출입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ㅅ 선수 오빠가 대회장에서 경기위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욕설을 퍼부으며 항의하다 5년 동안 대회장 출입금지를 당한 사례도 있다. ㅅ 선수는 2년 동안 국내 대회 출장정지를 당했다.

한편, ㅂ 선수 어머니로부터 봉변을 당한 양용은의 매니지먼트사인 아이엠지(IMG)는 한국프로골프협회에 조만간 사건에 대해 콤플레인을 신청할 예정인데, 협회는 두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고 상벌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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