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골프게임

by 김민형 posted Mar 26, 20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조지 홀이라는 미군 장교가
월남전에서 작전 중에 포로가 됐습니다.
지옥 같은 포로 수용소에서 무려 6년 3개월.
이럴 때 가장 힘든 것은 육체적 고통이 아닙니다.
아무 기약도 없는 나날입니다.
그는 어느 날 멋진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상상 골프 게임!
월남에 오기 전 골프에 흠뻑 빠져있던 조지는
아름다운 고향의 골프 코스를 머릿속에 그리며
매일 한 라운드 이상 꼬박꼬박 돌기도 했습니다.

대충 꺾어 만든 나무 골프채를 들고 끊임없이 스윙 자세를 교정했습니다.
퍼팅할 땐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그린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친 상상 골프가 무려 4천 라운드.

마침내 포로 생활에서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꿈에 그리던 진짜 골프장에 서게 됐습니다.
귀환 직후에 우연히 참가한 뉴올리안즈 골프 토너먼트에서
그는 완벽에 가까운 게임을 펼치며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골프 치는 분들에겐 동화 같은 얘기지요.
그런데 조지는 골프 뿐만 아니라
불어, 중국어, 한국어에도 능통했다고 합니다.
수용소 시절 각 나라 출신 동료 포로들에게 배워서 익힌 실력이랍니다.

하루 시간표를 다시 봐야겠습니다.
여기저기 자투리 시간이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조지 홀이라는 양반 덕분에
조건과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서 뭘 못한다는 핑계는 차마 못대겠군요.

Articles

6 7 8 9 10 11 12 13 1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