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
새 한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하늘에서 땅끝까지 적시며
비는 내리고
소리내어 울진 않았으나
우리도 많은 날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으며 남 모르는
험한 길을 많이도 지나왔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되어
적실 듯 무거웠고
세상은 우리를 버려둔 채
낮밤없이 흘러갔다
살다보면 배지구름 걷히고
하늘 개는 날 있으리라
그런 날 늘 크게 믿으며
여기까지 왔다
새 한마리
비를 뚫고 말없이
하늘 간다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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