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ㅎ 용어의 바른 소리내기 -240-
F / 에ㅎ 와 훈민 정음 (6)
훈민 정음을 만들 때, 세종 큰 임금을 도와 훈민 정음 해례의 머리말을 쓴 정인지에 따르면, 훈민 정음 곧 한글은, "바람 소리와 학의 울음, 닭의 홰침과 개의 짖음도 모두 능히 쓸 수 있다." 하였다. 바로 홀소리 밑꼴 ., ㅡ, ㅣ 세개에서 홀소리 꼴을 만들고, 닿소리는 소리내는 다섯 곳, 곧 목구멍, 어금니, 혀, 이빨, 입술의 꼴을 본따 ㅇ, ㄱ, ㄴ, ㅅ, ㅁ 을 만들어 세상 그려내지 못할 소리 / 말이 없는 글꼴이 되었다.
그러나 로마자의 F 소리를 그려낼 글자가 없어, 우리 한국 사람들은 외국어, 특히 영어를 비롯한 서양 말을 듣고 말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어떤 소리라도 다 옮길 수 있는 글꼴이 한글인데, 그까짓 영어의 글자를 한글로 쓸 수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하지만 우리 말에 없는, 입술 이빨 스침 소리이니 우리 글에 그 꼴이 있을리 없다. F / 에ㅎ는 아래 입술을 윗니에 살짝 스치며 바람을 불어내는, 입술 이빨 스침 소리, Labiodental Fricative / ㄹ라비오뎉탈 흐리카티ㅂ, 이다.
로마자를 어미글로 삼는 유럽 여러나라의 말에는 이 F 가 들어가 는 낱말이 전체의 약 35 % 에 달한다. 이 소리를 제대로 말하고 들을 수 있어야, 이들 말들을 바로 이해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쓰고 읽는 영어는 세계 제 1 이나, 말하고 듣는 영어가 세계 꼴찌인 까닭은 바로 이 f 소리를 제대로 말하고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훈민 정음 해례에는, 바로 이 f 에ㅎ 소리에 비슷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글꼴을 설명하고 있다. 입술 소리, 곧 ㅁ ㅂ ㅍ 밑에 ㅇ 을 붙이면 입술 가벼운 소리가 된다 하였다. 홑으로 ㅁ ㅂ ㅍ 을 쓰면 입술 무거운 소리인데, 무거운, 부드러운, 풀 따위는 아래 위 두 입술을 꽉 붙였다가 바람을 불어내는 강한 소리를 쓰는 글꼴이다.
그러나 ㅁ ㅂ ㅍ 밑에 ㅇ 을 붙여 쓰면 아래 입술을 윗니에 가볍게 스치며 바람을 불어내는 가볍고 부드러운 소리로, 목구멍 소리, 즉 ㅎ 소리가 많다 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목구멍 소리인 ㅎ 소리가 많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즉 입술 소리의 입술이나 이빨의 갈음소리가 아니라, 목구멍에서 아무 거침없이 나오는 ㅇ 이나 ㅎ 소리에 가깝다 한 것이다.
이는 로마자의 f 를 ㅎ 으로 써도 크게 문제가 되지않는 다는 것이다. 실제로 f 소리를 ㅎ/ 히읗 으로 옯겨도 그 소리가 아주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우리가 f 를 ㅍ 으로 써서 가져오는 혼란에 비하면, 거의 제 소리에 가까운 글꼴이 된다.